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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Trip

플라이 낚시. 그랜드리버 2014.06.27

낮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간 금요일

구름한점 없는 뻥뚤린 하늘을 원망하며 계획했던 낚시를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온타리오 플라이 꾼들의 성지 그랜드 리버.


개인적으로 햇볕에 타는걸 싫어하고 모기는 정말 너무너무 무서워 하기에 웨이딩 잠바를 입고 낚시를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도저히 잠바를 입을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트렁크를 뒤져보니 다행이 모기약을 찾을수 있었다. 

모기약을 꼼꼼히 바르고 반팔티 차림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다행히 모기약이 가방에 들어있었다. 


모기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나에겐 여름낚시 필수 아이템. 

지난번 월아이 낚시할때 깜박잊고 안가져 갔다가 벌집이 되서 돌아온후 가방에 넣어놨었다. 



강폭이 넓직넓직 한것이 플라이 던지기에 딱 좋다. 


오늘 이곳에 온것은 뭐 딱히 고기를 잡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동안 공부하고 연습했던것을 실전테스트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스트의 크릭들은 초보 플라이꾼이 가기엔 너무 환경이 좋지 않고

넓은 강에서 연습하다 그래도 간간히 뭐좀 잡히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을것 같아서 겸사겸사 머나먼 이곳까지 원정을 나왔다. 



미숙한 캐스팅에 아직도 줄이 종종 꼬인다. 



나무밑 그늘 포인트. 플라이로 정확히 쑤셔넣는게 쉽지가 않다. 


뒷나무에 줄걸리는게 너무 무서워서 자꾸 피하다 보니 플라이를 하다보면 센터핀 낚시 할때와는 다르게 강 가운데에서 가생이쪽으로 캐스팅을 하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드라이 플라이로 송어를 잡아보고싶은 마음에 죽어라 드라이 플라이를 던지는데 

역시 뭐든 직접 해보면 생각했던 예상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없다. 


작년에 플라이가 가라앉아서 고생했기에 이번엔 준비 단디하고 플라이 프로턴트도 발라주고 폴스캐스팅으로 물도 잘 털어줘서 플라이는 잘 뜨게 되었는데 이것이 물에 뜨기만 한다고 해결이 되는게 아니었다. 


물에뜨면 무엇하리. 보이질 않는것을. ㅋㅋ

빠른물살에 좀만한 드라이 플라이를 던지면 주변에 울렁이는 물살과, 반사되는 햇빛, 물방울들, 거품들이 플라이와 섞여서 플라이를 트랙킹 하는게 쉽지가 않다. 

조금만 멀리 던져도 착지 지점을 찾는게 쉽지 않은데다가 흘러내려가는걸 눈으로 따라가는게 거의 불가능했다. 


상류에서 동네형들 모여서 낚시하고 있는것을 발견. 


상류로 이동중 갑자기 플라이 꾼들 숫자가 늘어난다. 

뭐지 좋은 스팟인가 하고 형들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들도 잡은건 없단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모여있는데에는 이유가 있는법. 

낚시를 해보니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것이 플라이가 사뿐히 내려앉으면 적당한 속도로 보기좋게 흘러내려 간다. 


꾼들 사이에 껴서 낚시를 하면서 틈나는대로 형들 하는걸 지켜본다. 

역시 옆에서 형들하는거 보는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ㅎㅎ



센터핀 던지고 있는 형 발견. 


아무도 고기 구경도 못했다는데 센터핀 형님만 브라운 한마리 잡아서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역시 송어 잡기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센터핀지 짱이지.


하지만 형님 이러시면 안되는데...

그랜드 리버는 다른곳과는 달리 지켜야할 룰이 있는데 

이곳은 플라이를 포함한 인공미끼만 허가되어 있으며 바늘도 하나만 써야하고 바늘도 미늘이 없는 바블레스 훅만 써야하며 잡은 송어는 가져갈수 없다. 

캐치앤 릴리즈만 허가되어 있는것. 

하지만 센터핀 형님 플라이는 두개를 달아 사용하고 있었으며,

잡은고기를 대놓고 허리춤에 묶어놓기까지.

뭐라 할까 하다가 별로 엮이기 싫어서 그냥 패스. 



두둥! 드디어 올것이 오고 말았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갈때쯤 드디어 사고가 터졌다. 

백캐스팅 하다가 훅이 나무에 정확하게 걸려버렸다. 

보통때 같았으면 리더라인에 조금더 얇은 티펫을 연결해서 사용하기에 이렇게 나무에 걸린경우 잡아당기면 티펫만 끊어먹고 말았을텐데 이날은 리더를 새걸로 갈아서 티펫없이 리더에 직접 연결해서 낚시를 하고있었는데 나무에 걸리고 말았다. 

한참을 시도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잡아당겼더니 리더 중간이 끊어지고 말았다. ㅠㅠ

아흐. 7불 그냥 날라가는구나. 



음 플라이 나갔을땐 집에와보니 리더에 왠 매듭이 그리 많이 있던지...

이번엔 집에 갈때까지 리더에 매듭이 하나도 없어서 '아 발전했다' 하면서 스스로 만족해 하고 있었는데 결국 통채로 날려먹었다. 


어차피 철수할 시간도 다 되고 해서 겸사겸사 시마이~




플라이 낚시를 가면 너무나도 불편한것들이 많다. 

익숙한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니 쉽지않다.

마치 한국어를 20년 넘게 쓰다가 캐나다에 와서 영어를 쓰기 시작했을때 같은 답답하면서로 한편으로는 새롭고 신기한 그런 기분. 


이제는 너무 식상해진 센터핀 낚시가 지겨워서 새로운 것을 찾다가 시작하게된 플라이낚시.

마치 센터핀을 처음 시작했을때처럼 찾아보고 공부하고 배우는 초보자의 느낌이 좋다. 

마치 물에 흠뻑 젖은 스폰지에 억지로 물을 부어넣다가

마른스폰지에 새로 물을 부어넣는 느낌이라고 할까. 


올여름 틈나는대로 연습해서

가을이 오면 플라이로 스틸헤드를 한번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