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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Trip

얼음낚시. 용신님 접신한날. 2014.1.25


오랜 숙원이었던 퍼머넌트 헛을 완성하고 드디어 첫번째 손님을 맞았다. 

첫번째 손님의 영광을 맞은 사람은 항상 신세를 지고 있는 친구와 조카녀석

컴퓨터 쓸줄만 알았지 프로그래밍이나 하드웨어쪽은 영 문외한인 나로선 문제가 생기면 제일먼저 찾게되는 친구이다. 

게다가 이번에 회사 웹사이트를 새로만들면서 크나큰 빚을 지게 된 관계로 새집에 첫빠따로 모시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충 담그기만하면 물고 올라오는 펄치낚시만큼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낚시는 없다.



전투식량이 궁금하다는 친구녀석을 위해 점심식사로 준비했다. 



우리가 맛있게 먹고있으니 군바리 과자가 궁금했나보다. 

크래커를 달라고 해서 치즈스프레드를 발라주었는데 한입먹더니 그만먹고 가지고온 오감자 뜯어달라고 한다. ㅋㅋㅋ



낚싯대가 좀 묵직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배스가 올라왔다.

배스는 시즌 오프이기에 놓아주어야 한다. 뭐 어차피 배스는 먹지않기에 상관없지만...

 


베스낚시를 하지 않는 나로선 라지마우스를 볼수있는건 아마도 얼음낚시뿐.

스몰마우스는 그래도 봄이되면 가면있지에서 질리도록 만나게는데 라지마우스는 볼일이 없는것 같다. 



오늘의 메뉴는 치킨 파스타. 

닭고기가 깍두기처럼 들어간것이 여지껏 먹어본 MRE 메뉴중에 제일 맛있었던것 같다. 



점보펄치를 잡아야 하는데 자꾸 배스가 올라온다. 



어머 이건 용신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용신님을 접신한것. 

입질이 와서 챔질을 했는데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배스나 펄치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묵직한 파워. 

대형 파이크나 머스키일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줄이 끊기지 않을정도로 살살 조절을 해가면서 얼음밑까지 끌어오는데 성공하고 얼굴을 확인하는데 순간 정적이 흘렀다. 

도저히 6인치 얼음구멍으로는 꺼낼수 없을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무시무시한 머리

엄청난 사이즈에 이건 필시 머스키일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멍으로 머리를 걸어올리는데 성공하고 살살 끌어올리는데 한번 몸부림에 6파운드 리더가 가볍게 끊겨나갔다. 


손맛 봤으니 됐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돌아서는순간 찌이익 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조카녀석의 낚싯줄이 풀려나간다. 

이녀석이 몸부림을 치면서 옆 낚싯대랑 줄이 엉켰었는데 그게 살아있었던 것이다. 

다시 낚싯대를 바꿔잡고 2라운드에 나섰다. 


신중한 릴플레이 후에 랜딩에 성공하고 꺼내보니 아쉽게도 머스키는 아니었고 엄청난 크기의 몬스터 파이크였다. 

대형 파이크를 잡아본적은 있었지만 이녀석은 대충봐도 최대사이즈 기록갱신. 

덕분에 멋진 사진을 찍고 놓아줄수 있었다.



오후에 친구가 돌아간후 한적하게 혼자 낚시를 즐겼다. 

역시 고기는 조용히 혼자하는게 더 잘잡힌다.


혹시나 동생녀석이 올까 전화를 기대했지만 연락이 없었던것을 보면 역시 이틀연속 탈출하는것은 불가능했던것 같다. 

문자하나 날려볼까 전화기를 꺼냈다가 그냥 집어 넣었다.

예전에 싱글이었을때에는 삘받으면 밤 12시에도 불러내서 낚시를 가곤 했었는데 애 아버지가 된 지금은 낚시가자고 전화하는것도 한번더 생각해보게 된다. 



마느님을 위한 맛있는 점보펄치를 챙겨갈수 있었다. 



내나이가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주변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낚시꾼으로 유명하다보니 얼음낚시에 아이들을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시즌마다 받게된다. 

근데 이게 한번이라도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보통일이 아니다.

헛을 비롯해 히타부터 낚시대까지 엄청난 장비들을 혼자 다 챙겨서 아이를 데리고 필드에 나가서 썰매를 끌고 텐트를 치고 미끼껴주고 그러다보면 이건 낚시가 아니라 그냥 중노동이나 다름없다는것을 알게된다. 


퍼머넌트 헛을 올리기로 결심을 한데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생략하고 조금이라도 간편하게 낚시를 하고싶다는 열망이 컸던것 같다. 

헛을 성공적으로 올린만큼 이번시즌은 주변에 신세진 사람들을 초대해서 신세갚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몇번 해보니 헛에서 하는 낚시는 또 그 나름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 

항상 100피트의 수심에서 어마어마한 짐을 끌고 몇키로를 걸어다니며 하드코어한 얼음낚시를 즐기다가 차타고 들어가서 따뜻한 헛에서 편안하게 낚시를 하고나니 또 거기에 익숙해지는것 같다.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