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친구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생겼다.
사실 한참 바쁜시기인 이때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워야해서 적잖은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바다와 강이 만나는곳에 지어진 멋진 카티지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마느님도 함께 즐길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다녀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사실 삶이 그리 여유가 없다보니 돈이 적게드는 캠핑같은 힘든 여행만 데리고 다녔지 남들처럼 제대로된 휴양지에서 편하게 즐길수 있는 여행을 해주지 못한것이 마느님께 항상 미안했기에 이런 여행을 아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물론 바다낚시를 해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낚싯대도 챙겼지만 말이다.
떠나는길은 역시나 힘들었다. 12시간의 긴긴 운전.
국경에선 역시나 한국여권 소지자인 마느님에게만 꼬치꼬치 캐묻는다. 같이 길을떠난 친구커플에게 민폐가 될까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이 무사통과.
우리가 일주일동안 지낼 카티지. 그림같은 풍경에 입이 딱 벌어진다.
Connecticut 의 Mystic 이란 도시이다.
가장 좋았던건 역시 시간만 나면 낚시를 할수 있었다는것.
개인 사유지 이다보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낚시를 할수 있었다.
항상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다가 널널하게 낚시를 하니 이리 편할수가 없다.
게다가 놀라운건 이곳이 강가라 민물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금물 이었다.
예상외로 바닷물이 멀리 들어와 섞이는듯 했다.
일단 생미끼가 없기에 걸프 미노우를 베스낚시하듯 텍사스 리그와 드랍샷 리그로 달아서 던져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미노우가 있으면 참 좋으련만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에 미노우 새끼같은것들이 꼬물꼬물 한것이 보인다.
뜰채로 힘차게 뜨고보니...
무언가 미노우는 아니고 희끄무리 한것이 올라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조그만 새우이다.
대에박! 살아있는 새우새끼라니...
이보다 더 좋은 미끼가 어디있으랴.
역시나 새우를 달아던지니 던지기가 무섭게 물고 나온다.
흐르는 강물에선 흘림낚시를 따라갈 채비는 없는것 같다.
송어잡듯이 프레젠테이션이 나오게끔 샷을 달고 찌를 달아 던지니 심심하지 않게 잘 잡혀 올라온다.
아쉬운건 역시나 센터핀장비. 6피트 짜리 베스대로는 가벼운 찌를 멀리던질수도 없을뿐만 아니라 늘어지는 라인을 컨트롤 하는것도 힘이든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에 낚시를 위해 13피트짜리 장대를 들고갈순 없는법.
여행용으로 한국에서 파는 텔레포토 타입 바다낚시대를 하나 사는것도 괜찮을듯 하다.
무슨고기인지는 모르겠다. 전어 새끼처럼 생긴 고기였는데 새우미끼를 달아 던지면 곧잘 잡혀올라왔다.
요령이 생겨 바닥을 박박 긁으면 조그만 새우와 게가 엄청 잡혀서 싱싱한 미끼걱정을 할필요가 없었다.
엄하게 잡혀 올라온 미노우 새끼.
약은 입질에 후킹을 해보니 요만한 녀석이 올라왔다.
이후 미노우 미끼로 사용.
결혼식 전날 리허설 파티에서 랍스터를 먹었다.
바로 앞바다에서 잡혀올라오는 녀석들이라고 한다.
역시 레드랍스터 같은 프렌차이즈보다 이렇게 로칼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들이 좋다. 왠지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먹다가 홈메이드 음식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조개구이와 랍스터가 나왔는데 너무 맛있었다.
백인들도 우리처럼 조개를 통으로 구워먹는다는것에 약간 놀랬다. ㅎㅎ
카티지에 카약 한대와 카누가 있었는데 친구 부모님들이 카약 두대를 더 가져와서 부족하지 않게 즐길수 있었다.
원래 카약으로 트롤링 낚시를 하려고 브론테 사장님께 코치까지 받고 장비도 가져왔는데 나에게 그런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ㅠㅠ
카약을 못타는 마느님땜시 함께탈수 있는 카누 ㄱㄱㅅ.
사유지 이다보니 어두워져도 별로 부담이 없다.
낚시를 하면서 대박의 기회가 두번 있었다.
한번은 입질이 와서 챔질을 했는데 무서운 속도로 드랙을 풀고 나가서 파이팅을 하다가 목줄이 끊어졌다. 바늘 바로 위가 끊어진걸 보면 이빨이 있는 고기인듯 하다.
또한번은 낚싯대를 독 위에 올려놓고 아침을 먹고오니 낚시대를 끌고가서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하나밖에 없는 배스낚싯대를 잃어버렸다.
다행이 다음날 썰물때 나가서 낚싯대를 주워올수 있었다.
낚싯대를 발견한순간 설마... 하는 기대감에 조심스레 집어올렸지만 역시 고기는 없고 빈바늘만 남아있었다.
백인들을 촬영해보면 사진이 너무 쉽게 잘나오는것을 느낀다.
항상 경직된 표정과 포즈박에 취할줄 모르는 우리와 달리 자유분방한 이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사진이 쉽게 나온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이들의 뚜렷한 이목구비도 사진이 잘 나오는데 한몫을 하는것 같다.
저 살아있는 표정들... ㅎㅎ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결혼식이 끝난 다음날 뉴욕시티를 향해 길을 나섰다.
사실 피곤하기도 한데다 하루종일 자유롭게 카약도 타고 낚시도하면서 쉬고 싶었지만 뉴욕에서 꼭 쇼핑을 하고싶다는 마느님을 위해 길을 나서기로 했다.
뉴욕까지 두시간반. 왕복 다섯시간.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오전에 우드버리를 찍고 밤늦은 시간까지 뉴욕의 거리를 헤메었다.
오랫만에 가본 뉴욕시티는 여전히 지저분했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안녕 뉴욕시티. 안녕 미국아.
미국에서 운전하며 신기하면서도 짜증이 났던것은 고속도로를 탈때마다 돈을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국에서 이곳저곳 거미줄처럼 뻗은 고속도로에 올라탈때마다, 다리를 건널때마다 피할수 없이 돈을 내야한다는건 참으로 이해할수 없고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반면 또한편으로 신기했던것은 물건살때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껌한통을사도 별도로 13%의 세금을 따로 내야하는 온타리오와는 달리 뉴욕 도시 안에서는 쇼핑할때 신기하게도 아예 세금이 하나도 붙지 않았고 우드버리 아웃렛에서는 4%정도 하는 아주 적은 세금만 내면 되었다. 캐나다에서 온 우리들에겐 마치 모든물건이 10% 세일인것처럼 느껴질 정도.
집에오는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중 세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아내가 미국에선 세금내지 않아도 되서 너무좋다고 좋아라 하자 친구왈
"대신 너 고속도로 탈때, 다리를 건널때마다 다 따로 돈내야 하잖아. 너 그거 싫다며?"
"캐나다에선 세금내지만 대신 도로도 무료로 이용하고 병원도 무료로 가자나."
아.. 참 별거 아닌것 같은 생활속 작은 일상들에도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는 확연히 들어나 있었다.
세금을 적게내는 대신 운전하는놈이 도로공사한 돈내고, 아픈놈이 병원비 알아서 내고, 각자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는 미국. (좋게말하면 운전 안하는 사람은 공사비 돈보탤 필요없고, 안아픈 사람은 남의 의료비 보태줄일 없다.)
세금을 많이내지만 의료나 도로등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서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수 있게하는 캐나다. (HST는 간접세라 가난한 사람들도 똑같이 내야하는 불공평한 방식이므로 좋은 예는 아니지만 직접세에도 미국과 캐나다는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미국식 사회시스템을 동경하고 한국정부도 미국식 사회시스템을 롤모델로 따라가고 있지만 난 역시 캐나다 스타일이 좋은것 같다. 세금내는거 참 아깝지만 그래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길 떠나면 제일 보고싶은건 역시 우리 아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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