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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Trip

박싱데이에 출동한 송어낚시

오늘은 26일. 크리스 마스 다음날에 오는 캐나다의 박싱데이이다.
다른사람들은 도어크래셔 쇼핑을 위해 새벽부터 스토어 앞에 줄은 선다지만, 낚시꾼에겐 쇼핑따윈 먼나라 이야기일뿐. 해뜨기전에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나꼼수를 크게틀어놓고 낚시터를 향에 하이웨이를 달리는 이 자유로운 기분이 얼마만이던가. 새벽에 운전하길 싫어하는 나로선 보통 출조를 위해 새벽에 나서는 일이 항상 반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오랫만에 물가에 나가는 오늘만큼은 새벽 운전조차도 날아갈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해가 일찍떠서 놀랐다. 도착하니 막 동이트고 있다

이게 웬일. 꾼들로 꽉차있을거라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몇명 안돼는 앵글러들. 사람이 없으면 급 불안해진다. 그날은 낚시가 안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영상 1-3도를 왔다갔다하는 기온도 적당하고 내가 좋아하는 흐린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했다. 5-6명쯤 되는 꾼들이 동이트는 새벽부터 낚시를 하기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입질을 받지 못했다.

정말 오랫만에 나온 날이었는데 날을 잘못잡은것 같아서 참 아쉬웠다.

스틸헤드는 강에 서식하는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강에 올라오고 있는 고기가 없는날에는 아무리 용을써도 잡을수 없는 고기이기도 하다.


그러던중 들려오는 "피시온!"

옆에서 스피닝 던지던 횽께서 먼거 묵직한걸 끌어올리신다.

올리고 보니 엄청큰 브라운 한마리.

뭔가 있긴 있구나 하고 다시 열심히 던져보지만 10시쯤 철수할때까지 더이상 고기는 나오지 않았다.


대여섯쯤 되는 꾼들중, 그나마 이 세명은 가족이었다. 저 교통정리할때 입을듯한 겁나 튀는 잠바를 입고계신 형과는 나중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ㅎㅎ


구름이 짖게 끼고 눈발도 조금씩 날리는 새벽이었다. 희안하게도 구름에 딱 저만큼만 구멍이 나서 햇빛이 새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노란잠바 형님이 이상한 찌를 쓰고있어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동서를 불문하고 꾼들의 레어템에 대한 갈망과 자부심은 대단한것 같다.

제법 고수의 아우라가 풍기는 옆에계신 형님께서 막대찌를 쓰고 있기에 물어보니 일반적인 찌가 아니란다.

아프리칸 머시기라는 동물 (이름을 까먹었다.)의 부속품인데 희귀동물이라 더이상 이 아이템을 찾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최고의 발란스와 감도를 자랑하는 예민한 찌라고 하는데, 템에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과연 얼마나 좋을지 그건 직접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건 이곳처럼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곳에선 이처럼 막대찌를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아무도 입질을 받지 못하고, 낚시를 접고 조금 더 상류로 이동했다.

상류에 도착하니 꾼들 두명이 이미 낚시를 하고있다.

근처에서 막 캐스팅을 시작하려는데, 이게 왠일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오신다.

한국분이셨던 것이다.

일단 인사를 드리고, 반가운 마음에 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포인트에 도착한 꾼이 조바심에 어찌 딴일을 할수 있으랴. 일단 낚시에 전념.

여기저기 쑤셔보지만 이곳도 영 별로 상황이 달라보이진 않는다. 


12시엔 박싱데이 쇼핑을 가기로 약속이 되있었기에, 포기하고 건너편에 계신 형님들께 건너가서 수다를 시작했다.

말씀을 나누고 보니 신기하게도 바로 나를 알아보신다.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신다고 한다. 

지난여름 크레딧 리버에서 한국분들을 만난후 두번째인데 알아봐주시니 좀 창피하기도 하고 무지 반가워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눈것 같다.

알고보니 이 두분들도 꽤 유명한 분들이셨다.

"팀 피터" 라고 유투부에 종종 동영상을 올리시는 분들이신데, 나도 예전에 토론토 낚시정보를 찾을때 이분들의 연어낚시 동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낚시터에서 꾼들을 만나면 낚시를 하는 재미도 있지만 수다떠는 재미도 한몫을 하는데, (그러면서 얻는 정보도 무시할수 없다.) 한국분들을 만나니 더욱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것 같다. 


갈시간이 다 되어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중에 운영하시는 가게에 한번 들리기로하고 아쉽게 발을 돌렸다.


이분이 "팀피터"의 피터. 팀명에 이분 이름이 들어가니깐 이분이 리더? ㅋㅋ

항상 두분이 같이 다니신다고 한다. 중간에 한마리 걸으셨는데 놓쳐서 아쉬웠다.


굉장히 흐린날이었는데 집에 도착하고 오후가 되니 날씨가 급격하게 맑아졌다.
날씨가 바뀌면 상황이 종종 바뀌곤 하는데 형님들께선 그뒤로 좀 잡으셨는지 궁금하다.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된건데 토론토에 은근히 한인 낚시 고수들이 많은듯 하다.
미시사가에 스페이 던지는 플라이낚시 고수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은근 솔깃했다. ㅎㅎ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번쯤 만나뵐수 있었음 좋겠다.

꽝을 치긴 했지만 오랫만에 물냄새도 맡고 수다도 떨고, 즐거운 낚시였다.

박싱데이 쇼핑나가서 제빵기하나 구입했다. 테스트결과 싸구려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잘 되는듯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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