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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캐나다의 자세

얼마전 윈저에서 있었던 일이다. 

윈저에 볼일이 있어서 친구 부부와 함께 목요일 밤에 토론토를 출발했다. 

친구집에 도착할무력 하늘이 벌겋게 타고있는 화재현장을 발견했다. 집근처에 있는 공장인듯 했는데 꽤 큰 화재가 난듯했다. 

하지만 캐나다라는 곳이 워낙 화재관리가 잘되는곳이라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별 신경 안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화재현장은 집근처에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늘할 정도로 가까웠다. 멀리서도 소방차에서 쏴대는 물줄기가 선명하게 보일정도. 


CTV 에서 퍼온 사진. 당시 공장의 화재상황. 멀리서 보는것보다 많이 심각했던것 같다. 



다음날 아침 잠시 볼일이 있어 근처 가게에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경찰이 길을막고 들여보내주질 않는다. 

화재 상황이 좋지 않아서 반경 1km 주변에 소거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evacuation order)


그냥 다른길로 가자 하고 차를 돌려 골목골목을 찾아 도는데 정말 주거지로 통하는 모든길을 기가막히게 다 막아놓고 통제를 하고 있었다. 



마을밖으로 나갈수는 있어도 그 누구도 들어갈수는 없다. 



공장에 암모니아 탱크가 있는데 불길이 그쪽으로 번지고 있는데다가 탱크에서 나오는 파이프에서 약간의 누수가 발견되어서 공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 에 모두 소거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 상황이 얼마나 걸릴것 같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금방 끝날수도 있고 며칠이 걸릴수도 있다."


며칠이라니…

짐가방과 지갑 그리고 핸드폰까지 다 집에 놓고 나왔는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토론토로 올라가더라도 지갑과 핸드폰은 있어야 하기에 

집에서 짐만 가지고 나오겠다고 잘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시도하려는 찰라

집에 애가있다며 애만 데리고 나오겠다고 울먹이는 아줌마도 들여보내주지 않는것을 보고 경찰을 설득하는것을 포기했다. 


 

아직까지는 강제소거는 이루어지지 않고 출입만 통제하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닌듯 했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수도 있겠다 싶어서 걸어서 개구멍으로 마을 진입을 시도했다. 

범죄를 저지르는것도 아닌데 경찰한테 걸릴까봐 어찌나 떨리던지…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느라 모기한테 몇방 물리긴 했지만 무사히 진입에 성공하고 

집에서 서둘러 짐만 챙겨서 얼른 다시 빠져나왔다. 



아무도 없는 텅빈 마을에서 걸어 나오는길.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근처에 쉘터를 마련해 놓았고 개와 애완동물도 함께 올수 있으니 대피하고 갈곳이 없는사람들은 그곳으로 오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일단 언제든지 돌아갈수 있는 준비는 되었기에 점심먹으면서 혹시라도 상황이 좋아질수 있으니 기다려 보기로 하고   근처 부페식당에서 넉넉하게 시간을 때우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시티 홈페이지에는 화재가 진압되서 소거명령이 철회되었다는 공지가 떠있었다. 

집에 와보니 길을 막고 통제를 하던 경찰은 보이지 않고 언제 그랬냐든듯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당시에는 몰랐는데 뉴스에서 항공촬영한 것을 보니 상당히 심각한 화재였음을 알수있다. 



소거 명령이 떨어졌지만 강제 소거가 아니었고 몇시간만에 상황이 종료된것을 보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던것 같다. 


상황을 대충 정리해보면

화재가 났고 진압중 암모니아 탱크로 불이 번질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을것이다. 전문가가 파이프 라인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되는걸 확인했고 그에따라 매뉴얼대로 피해 예상지역에 소거 명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암모니아를 흡입했을때 나타나는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나열하며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주의하라고 자세하게 공지를 내렸다. 

소거 명령에 맞추어 대피한 사람들이 머물수 있도록 쉘터가 개방되었고 

화재 진압후 이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상황 시작에서 종료까지 일사천리로 착착 움직이는 캐나다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보며 역시 내가 선진국에 살고있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불산이 유출되도 꿈쩍도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런일이 있었다면 

과연 사람들에게 대피는 고사하고 위험상황을 제대로 알리기라도 했을지 





세월호가 침몰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배가 가라앉았고

어이없는 정부의 대응으로 수백명이 승객이 죽었다. 

이런 대참사에 책임지는 이가 하나도 없다. 

책임질 놈이라도 찾아야 하것만 그것도 싫어서 

수사권도 없이 대충 조사하는 시늉만 하고 넘어가기로 합의를 했다. 

기가막힌 일이다. 


온갖 편법이 판을치고

기본과 원칙은 지켜지는것이 하나도 없다. 

멋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