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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레바론이 문을 닫는다.



레바론이 문을 닫는다.

한때는 토론토에서 가장 큰 낚시가게였는데 계속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아웃도어 매장의 등장으로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나보다. 

 

레바론 마캄점은 나에겐 특별한 가게였다. 낚시를 처음 시작했을때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대형 스토어임에도 불구하고 점원들도 많이 친해져서 들리면 쇼핑뿐만아니라 한동안 수다를 떨어야 나올수 있는 곳이었다. 

플라이 낚시를 시작하면서 얼음낚시 시즌을 제외하고는 별로 들일일이 없었는데 그동안 상황이 많이 않좋아 졌던것 같다. 

소식을 듣고 찾아간 가게는 점포정리 세일을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오랫만에 만난 중국인 점원 아주머니는 정말로 문을 닫는냐는 나의 질문에 금세 눈에 눈물이 글성글성 고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오래되고 큰 가게도 대형자본의 공격에 힘없이 무너질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한다.


처음 토론토에 Sail 이 들어왔을때만 해도 참 좋았다. 깨끗하고 큰 점포에 잘 교육받은 직원들. 다른곳들보다 싼 가격. 게다가 한두달 간격으로 계속 때리는 everything 15% 세일. 


그렇게 몇년을 계속하는 동안 토론토의 최대 플라이 샵이었던 윌슨도 죽었고 레바론도 쓰러졌다. 

Sail은 슬금슬금 가격을 되돌려 놓았고 일년에 두어번정도로 세일하는 횟수도 줄였다. 



내가 몸을 담고있는 업계도 점점 회사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호텔은 아예 한 회사와 계약을 하고 그 회사와만 사진을 찍은지 이미 오래다. 더욱 무서운것은 이런 회사들이 토론토나 밴쿠버 아니면 캐나다나 미국 이렇게 한 나라나 도시만 먹는게 아니고 북미를 다 묶어서 비지니스를 하기때문에 어느곳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들은 일을 빼앗기고 점점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프리랜서들은 결국엔 이런 회사들에 컨트랙터로 묶여서 헐값에 일당받고 팔리는것밖에 다른 선택이 없을지도 모른다. 


물건정리를 하면서 뱅크럽이라고 눈물을 글성이시던 아주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