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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Trip

연어지옥 2014.10.08

연어지옥에 다녀왔다. 

도망갈 곳도 없는 작은 웅덩이에갇혀 매년 수백마리의 연어들이 낚시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곳. 

오직 알을빼기위해 낚시꾼들에 의해 배가 갈리고 버려진 시체들이 사방에 널려서 숨을 쉬는것도 힘든 이곳. 

버려진 시체들에서 나온 구더기들이 땅을 하얗게 덮어서 땅위로는 걸음을 걸을수가 없는 이곳.

이곳은 그야말로 연어들에겐 '지옥'이다. 



'연어지옥'

이보다 더 이곳에 어울리는 말이 어디 있을까. 

아는 동생녀석이 페북에서 이곳을 이렇게 부르는것을 보고 삘이 팍 왔다. 

그래 이곳은 이제부터 '연어지옥'이라 부르도록 하자....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저승사자들이 '지옥문'을 지키고 있다. 



어제 지옥에 다녀온 동생녀석이 코호가 대박이라고 하기에 코호 얼굴이나 볼까하고 길을 나섰다. 

도착하니 지옥문 앞에는 열명쯤 되는 꾼들이 촘촘이 덫을처놓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넓은 메인 웅덩이에서는 아무도 낚시를 하고있지 않았다. 

넓은 공터를 혼자 차지하는 호사를 누린다. 

오늘은 잡는게 목적이기에 처음부터 인디케이터에 텐덤으로 플라이와 비드를 달고 센터핀과 비슷한 채비로 도전을 해본다. 


열심히 던지는데 송어들이 철퍽철퍽 점프를 하며 계속 약을 올린다. 

어 이것들이 피딩을 하네... 설마 하는 마음에 드라이 플라이를 달아서 던져보았다. 

캐스팅 두번만에 바닥에서 검은 물체가 쓱 하고 올라오더니 캐디스를 물고 사라진다. 

헐....


생에 첫 스틸헤드를 드라이 플라이로 잡아보는구나.

이런 횡재가...


대형 스틸헤드가 좌우로 째며 몸부림을 치는데 릴에 드랙이 있다보니 어려움이 없다.

드랙을 풀고 나가면 감아주고 또 풀고나가면 다시 감아주고.

이렇게 편할수가 없다. 

21세기에 이런 혜택도 못누리고 여태 살았다니....


드랙이 있으니 줄이 끊어질 염려도 없고 놓칠염려도 없겠다 

낚싯대와함께 고기 점프하는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사진찍다 팅 하고 바늘이 빠졌다... ㅋㅋ


이후 놓친 고기가 아까워서 속 낚시하다가 집에갈 시간을 놓치고 고기는 잡지도 못하고 몰래 낚시간거 마느님께 걸려 대참사...


지옥문을 지키는 러형들. 몇년만에 와보니 예전의 러형들이 아니다. 


연어지옥은 정말 사람이 올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최근 1-2년동안 와보지 않았다가 최근에 다녀온 동생이 예전처럼 개판이 아니라고 해서 다시 와보게 되었는데 환경이 많이 좋아진것 같다. 

죽은 고기들도 예전처럼 많이 보이지 않고 구더기도 심한 악취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것은 지옥문을 지키는 러형들의 업그레이드.

예전 지옥문 문지기 기본장비는 보트 트롤링할때 쓰는 낚싯대에 30파운드 줄을 감은 4-5천번대 릴 장착. 

그 어떤 연어라도 걸리기만 하면 파이팅 없이 한번에 물밖으로 끌어내는 완벽한 장비와 근육의 환상적인 조화가 관전포인트.. 


이때만 해도 화려한 장비와 기술이 눈에 띄는 만큼 욕도 참 많이 얻어먹었는데

몇년만에 장비가 모두 센터핀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길목에서 스내깅 하는건 똑같지만 고기를 걸고있지 않을땐 주변의 낚시꾼들에 부담없이 녹아들어간다. 


조업방식도 바뀌었는데

잡은건 무조건 다 가져가던 예전방식에서 

숫놈은 놓아주고 암놈만 챙겨가는 방식으로 발전해 있었다. 

형들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다시 한 이년후 와보면 이젠 다 플라이대 들고 캣치앤 릴리즈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배운 교혼은 스틸헤드도 드라이 플라이에 입질을 한다는것. 

당연한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지만 센터핀만 해서인지 스틸헤드가 드라이를 물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스틸헤드 전용으로 좀 큰 사이즈의 캐디스를 제작해야 겠다. 

드라이로 스틸헤드를 걸어서 랜딩에 성공한다면 정말 뿌듯할것 같다. 



지옥문 앞에서 만난 동생.


물밖으로 종종 피딩을 하고 알주워 먹을 요량으로 연어 무리에 껴서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송어들이 보이는데 당최 물지를 않는다. 

이맘때 송어들은 연어알 던저주면 자석에 쇠붙듯이 촥촥 붙는데 그걸 못하니 답답하다. 

그래도 이제막 시작된 시즌. 첫 송어에 성공할때까지 도전은 계속된다.